마태복음 26장 57-68절, 당당했던 예수님과 비겁했던 베드로, 베드로의 부인, 고난주간, 사순절 설교, 새벽설교

 

 

찬송 305장(나 같은 죄인 살리신)

 

 

(마 26:69-75, 개정)

(69) 베드로가 바깥 뜰에 앉았더니 한 여종이 나아와 이르되 너도 갈릴리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 하거늘

(70) 베드로가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노라 하며

(71) 앞문까지 나아가니 다른 여종이 그를 보고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되 이 사람은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 하매

(72) 베드로가 맹세하고 또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더라

(73) 조금 후에 곁에 섰던 사람들이 나아와 베드로에게 이르되 너도 진실로 그 도당이라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 하거늘

(74) 그가 저주하며 맹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곧 닭이 울더라

(75) 이에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에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아멘.

 

* 우리 성도님들을 주안에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어제의 말씀과 오늘 본문의 말씀을 비교해보면 마태가 의도적으로 예수님의 행적과 베드로의 행적을 대조를 이루며 기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헤드린 공회원들 앞에서 대제사장이 예수님을 심문했을 때 “네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인지 우리에게 말하라”(마 26:63) 이 질문에 대해 예수님은 죽을 줄 알면서도 주저함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고 “네가 말하였느니라”고 대답했습니다(마 26:64).

 

반면에 베드로는 한 여종 앞에서 비겁하게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예수님은 겟세마네 기도에서 깨어 기도했기에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고 그리스도라는 정체성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겟세마네 기도 현장에서 깨어 기도하지 못했기에 3번씩이나 예수님을 부인하고 말았던 겁니다.

 

예수님이 붙잡혔을 때는 모든 제자가 이미 예언하신 대로 도망갔다가 대제사장과 아는 요한의 인맥을 통해 베드로가 대제사장의 뜰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요 18:15). 베드로는 사람들에게 들키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래도 예수님께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예수님이 심문을 받았던 곳과 베드로가 있었던 대제사장의 뜰은 서로가 알아볼 수 있는 가시거리에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대제사장의 심문에도 당당하게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라고 대답하셨던 반면에 베드로는 떳떳하게 예수님이 그리스도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꺼내놓지 못했습니다.

 

요한복음 18장에서 사도 요한은 의도적으로 예수님이 개명해주신 ‘베드로’라는 이름만 쓰지 않고, ‘시몬 베드로’라는 옛 이름을 덧붙여 사용했습니다(요 18:25). ‘시몬’이라는 이름은 ‘잘 듣고, 복종’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3년 반 동안 따라다니면서 ‘잘 듣고 순종’해서 수제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태복음 16장에서, 황제의 도시였던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예수님 자신이 누구신가를 물었을 때 수제자였던 ‘시몬’이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마 16:16)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신앙고백을 예수님이 기뻐 칭찬하면서 ‘베드로’라고 이름을 지어 주셨습니다. ‘베드로’는 ‘반석’이라는 이름의 뜻입니다. ‘시몬 베드로’는(요 18:25) ‘반석’과 같이 흔들리지 않는 신앙고백으로 예수님께 인정받았던 제자였습니다.

 

반석과 같이 흔들리지 않는 신앙고백의 소유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위해서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예수님이 잡히실 때 말고의 귀를 자를 정도로 열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베드로의 모습은 흔들리지 않는 반석과 같은 당당한 베드로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 우리가 코로나가 창궐했을 때 교회 다니는 것이 부끄러워했던 마음과 별반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예수님이 대제사장에게 심문받고 있을 때 베드로는 떳떳하게 예수님이 그리스도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말을 꺼내놓지 못했습니다. 한 여종이 “너도 갈릴리 사람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69절)라고 말하자 베드로는 모든 사람 앞에서 부인했습니다.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못하겠노라”(70절)라고 시치미를 뗐습니다.

 

뒷걸음치며 앞문까지 갔을 때 다른 여종이 “이 사람은 나사렛 예수와 함께 있었도다”(71절)라고 말하자 “맹세하고 또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72절)라고 부인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금 후에 곁에 섰던 사람들이 베드로의 목소리를 알아보고는 “너도 진실로 그 도당이라 네 말소리가 너를 표명한다”(73절)고 말하자 이번에는 “저주하며 맹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74절)고 아주 강력하게 부인했습니다. 그러자 곧 닭이 울었습니다. 닭 우는 소리를 들었던 베드로는 마지막 만찬 때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마 26:34)는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라 밖에 나가 심히 통곡하며 울었습니다(75절).

 

베드로가 울면서 자신이 한 말을 기억했을 겁니다. (마 26:35, 개정) “베드로가 이르되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 하고 모든 제자도 그와 같이 말하니라” 이렇게 절대로 예수님을 부인하지 않고 주님과 함께 죽겠다고 흔들리지 않는 반석 같은 베드로의 확고한 발언은 닭 울기 전 3번 부인함으로써 완전히 산산 조각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베드로의 흔들리는 믿음을 비웃을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도 약점이 있습니다. 성령께서 항상 말씀을 걸어오시지만 우리는 성령님을 늘 외면하고 베드로처럼 부인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참 ‘반석’이신 ‘그리스도’께(고전 10:4) 우리가 붙어 있지 않으면 베드로처럼 영락없이 넘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십자가의 자리는 죄 없으신 예수님의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십자가의 자리는 죄지은 우리의 자리입니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철저히 버림받고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 가졌던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는 나 때문에 울 수 있는 한날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